일본의 닌자는 가마쿠라 시대부터 에도 시대의 일본에서 다이묘나 영주에 소속되거나 독립하여 첩보, 파괴, 침투, 음모, 살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한 개인이나 조직입니다. 복면을 쓰고 표창을 던지는 닌자의 모습은 우리 뿐만 아니라 세계인에게도 제법 익숙한 캐릭터죠. 반면 우리에게는 닌자의 탄생배경 및 역사속 의미 등에서 차이가 있지만 신라시대의 화랑이 존재합니다. 역사속에서 각 나라를 대표하는 전투 캐릭터로 비교해 볼 수 있죠. 하지만 현대에 등장한 화랑은 일본의 닌자를 꺾기 버거워 보이는데 신라의 화랑은 일본의 닌자를 이길 수 없는걸까요?
1. 닌자가 지닌 상품성
화랑과 닌자는 각각 우리와 일본 고유의 전투 캐릭터라는 점에서 비슷한 면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이 지닌 상품성을 비교해보면 아무래도 닌자가 높아 보이는게 사실이죠. 세계 영화의 중심이라는 헐리우드는 닌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를 수차례 제작했는데 일본 시장을 고려했더라도 닌자를 등장시켰을 때 세계 무대에서 흥행을 예상할 수 없었다면 어려운 일이죠.
일부 흥행에 실패한 닌자 영화도 있지만 닌자 거북이처럼 시리즈를 이어가며 흥행에 성공한 영화도 있습니다. 비록 사람의 형태가 아닌 돌연변이지만 '닌자' 라는 캐릭터를 알리고 명성을 쌓아가는데 문제될 사항은 아니죠.
뿐만 아니라 수많은 게임 속에 닌자 캐릭터가 등장하고 세계적인 조립 블록 회사인 레고의 제품에서도 닌자 시리즈를 만날 수 있습니다. 레고 닌자고는 블록을 넘어 영화로도 제작되었기 때문에 우리나라는 물론 많은 나라의 아이들에게 멋진 캐릭터로 자리잡았죠.
2. 상대적으로 초라한 화랑의 모습
반면 우리의 화랑은 아직까지 닌자의 상품성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화랑을 주제로한 문화 컨텐츠 상품이 많지 않고 이마저도 해외 시장을 공략하기엔 한계가 있었죠. KBS2 에서 선보인 드라마 화랑은 청춘 판타지 성격의 드라마로 해외시장 공략에 대한 기대감을 모았지만 동시간대 경쟁작들에게도 밀리며 막을 내려야했습니다.
영화에서도 화랑이 등장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주인공이 아닌 극의 전개상 필요한 조연을 담당했고 영화가 세계 무대로 진출하지 않았기에 화랑이라는 캐릭터를 세계에 알리는데는 부족함이 있었죠.
또한 신라의 본고장인 경주를 비롯해 한국민속촌 등에서 화랑을 주제로 연극, 공연 등의 다양한 컨텐츠를 선보이고 있는데 외국인 관광객 입장에선 한국의 문화를 경험하러 왔다가 선택의 폭을 넓히는 차원으로 활용될 뿐 화랑을 보기위해 일부러 해당 관광지를 방문하는 경우는 드뭅니다. 공연을 해외로 수출하기도 하지만 아직까진 부족함이 많아 보이죠.
이에 반해 일본은 닌자를 상품화한 컨텐츠가 풍부합니다. 닌자마을로 유명한 미에현 이가우에노에서는 해마다 닌자 관련 축제를 즐길 수 있고 이곳에서 축제 무대를 장식하는 닌자로 일할 경우 1년에 8만5천달러, 우리돈 약 9,500만원 수준으로 소위 억대연봉에 가까운 소득을 올리기도 하는데 닌자 관련 상품성이 낮았다면 결코 쉽지 않은 일이죠.
3. 화랑의 상품성을 높이는 시도와 가치
화랑이 닌자를 이기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해 보입니다. 닌자가 어느정도 세계적인 캐릭터로 관심을 받게된 이유는 일본 경제가 호황기였던 시절 다양한 일본 제품과 문화 컨텐츠가 해외로 수출되면서 상품화에 성공했기 때문인데 최근 들어 우리의 문화 컨텐츠가 세계에서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을 감안하면 화랑을 알리는데도 매우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죠. 이를 위해선 화랑을 소재로한 컨텐츠가 다양하고 재미있어야 하며 이를 세계에 알리는 체계적인 전략도 필요해 보입니다.
비록 신라의 화랑과 일본의 닌자가 시대를 거슬러 직접적인 대결을 펼칠 순 없지만 현대로 소환된 이들이 문화 관광 산업의 대표주자로써 맞대결을 펼칠 순 있습니다. 그들이 만들어내는 문화 관광 파급력이야말로 진정한 대결의 승자를 가릴 수 있는 잣대가 될 수 있을텐데 신라의 화랑이 일본의 닌자를 꺾고 세계적인 문화 상품으로 자리잡기를 기대해 봅니다.